곡명 Orb and sceptre
작곡 William Walton
연주 The Royal Band of the Belgian Guides
지휘 Yves Segers
'오브 앤 셉터'(Orb and sceptre)는 20세기 영국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윌리엄 월튼'(William Walton)이 1953년에 거행된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을 위해 작곡한 행진곡이다.
곡은 영국 왕실은 1952년 2월에 조지 6세가 생을 마감하자, 1937년에 조지 6세의 대관식을 위해 행진곡 '크라운 임페리얼'을 작곡했던 '윌리엄 월튼'에게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에 사용될 행진곡을 써줄 것을 요청하여 작곡되었다.
완성된 곡은 이듬해 1953년 6월 2일에 웨스터 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식전 행사에서 영국 오페라 그룹 앙상블과 런던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로 구성된 대관식 연합 관현악단의 연주와 아드리안 볼트의 지휘에 의해 초연이 이루어졌다.
작곡가의 설명에 따르면 곡명에 쓰인 '오브 앤 셉터'(Orb and sceptre)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랭커스터 4부작’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희곡 '헨리 5세'의 대사를 인용하여 쓰였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5세' 4막 1장에는 젊은 왕 헨리 5세가 권위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에 고뇌하는 한편, 왕으로서의 각오를 굳히는 독백의 대사에 'Ball(Orb) and Scepter'의 문장이 사용되었다.
'보주'를 가리키는 '오브'(Orb)는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를 비롯한 보석들로 장식된 작은 십자가 아래에 금장의 띠를 두른 자수정의 구체가 붙어 있어 기독교의 십자가 아래에 지상을 통치하는 왕권의 표장으로 쓰인다.
'셉터'(sceptre)는 왕의 권위와 정의를 상징하는 화려한 장식의 금봉에 530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왕홀'을 뜻하는 것으로 대관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는 왕관을 받은 후 왼손에는 '오브'를 오른손에는 '셉터'를 들고 사원을 퇴장하였다.
마장조에서 대관식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트럼펫의 빛나는 팡파르로 시작되어 곧바로 비약이 강한 당김음의 악상과 함께 화려하게 주부로 진입한다.
다장조의 극적인 변조로 연결된 트리오 구간에서는 온화한 기품의 경건한 주제가 차분하게 제시되고 점차 장엄한 울림으로 확장된다.
후반부에서는 오프닝의 짧은 팡파르와 함께 당김음의 연주가 더욱 강렬한 음색으로 채색되어 펼쳐진다. 이후에 중간부의 주제가 마장조로 전조 되어 재현부가 나타나고 전체 악단의 튜티를 통해 장엄한 환희의 풍경을 그린 뒤 짧고 빠른 코다에 연결되어 곡을 끝맺는다.
관악합주 편성의 '오브 앤 셉터'는 2020년에 벨기에의 출판사 '하파브라 뮤직'(Hafabra Music)에서 제작한 마스터피스 시리즈 제16집 앨범 '사르카즘'(Sarcasmes: Masterpieces Vol. 16)의 오프닝 트랙에 실린 음원이 있다.
이 버전은 트롬본 연주자 겸 편곡자 '조세 신스'(Jose Schyns)에 의해 편곡되어 '벨기에 왕립 근위대 심포닉 밴드'(Royal Symphonic Band of the Belgian Guides)의 연주와 군악대장 '이브 세게르스'(Yves Segers)의 지휘에 의해 녹음이 이루어졌다.
'오브 앤 셉터'(Orb and sceptre)의 연주 시간은 약 7분 25초.
악보는 1953년에 공개된 윌리엄 월튼의 관현악 버전을 비롯하여 '윌리엄 맥키'(William McKie)의 오르간 독주판과 '조세 신스'의 관악합주 편곡판 등 다양한 버전이 출판됐다.